반응형
블로그 이미지
바 람 이 어 라 Silk Rode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18)
이슈상자 (108)
음악상자 (35)
영화상자 (32)
미술상자 (7)
사진상자 (5)
유머상자 (61)
맛상자 (37)
낙 서 (25)
일본어상자 (56)
얼추 일본어 교실 (25)
추악한 언론, 포털 행태 박제 (24)
Total
Today
Yesterday
728x90

 

종종 들르는 커뮤니티에 한 글을 읽었다.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한 이의 담담하면서도 남일 같지 않은 글이었다.

평범한 일상 속, 우리 모두에게도 이미 있었을법한 흔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글쓴이도 그렇게 무심코 지나쳤는데 그게 그렇게 어머님과의 마지막이 되어 자꾸 생각난다 하는 부분에...

갑자기 어머님이 보고 싶어지는 글이었다.

 

 

 

3/9(금) 일을 마치고 친구들과 저녁에 약속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그렇게 늦게까지 놀다가 새벽 1시 30분에 집에 들어갔네요.


집에 들어가자 어머니께서 일어나셨는지 아들 잘 다녀왔냐며 반겨주셨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괜찮으셨는데 말이죠.. (이미 많이 아프셨지만 내색을 안하셨을지도..)

어머니는 3일전부터 목감기가 심하게 들으셔서 주무실때마다 목에서 쇳소리가 크게 나셨어요.

어머니가 쇳소리를 낼때마다 못난 아들인 저는 병원에좀 다녀오시라, 주사좀 맞으시라 말만했었죠.

(하루는 그 쇳소리 때문에 잠을 못자겠다고 어머니한테 화도냈었던 것 같네요..)


아무튼 다시 새벽 3/10(토) 새벽 1시 30분에 집에 들어왔을 때,

어머니께서는 밥솥에 쌀을 앉히고 계셨어요. 자고 일어나면 저 밥을 해주시기 위해서였겠죠.

제가 대충씻고 침대에 눕자 어머니께서도 침대옆자리에 누우셨고, 저와 어머니는 평범한 대화를 나눴어요. 


"엄마 내일 삼겹살 구워먹기로했는데 사다놨어?" 

"응 아들 사다놨어 아침에 맛있게 구워줄게."

"근데 엄마 목감기는 어때? 병원에서 뭐라그래?"

"아.. 폐렴인거 같다고 큰병원에가서 진찰받고 입원하라고 하네?" 

"엄마 근데왜 지금 집에있어? 병원안가고? 왜그렇게 미련해?"

"아들이랑 상의하고 가려고했지..." (아마 집에 가족 밥챙겨줄 사람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네요..)

"엄마는 왜그렇게 답답해? 그런말들었으면 병원엘 바로갔어야지!!"

"근데 아들, 엄마 숨쉬는게 좀 답답해.."

"엄마 지금 응급실가! 빨리! 아빠차 타고 같이가."

"알았어"


이렇게 어머니와 아버지는 같이 병원 응급실로 가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피곤하다는 알량한 이유.. 내 이기적인 생각.. 게으름 때문에

"설마 무슨일 있겠어?" 하고 생각하며 어머니를 따라가지 않고 그냥 잠을 잤습니다...


이게 어머니와 저의 마지막이였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응급실로 차를타고 가시면서도 대화를 하셨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얘기들.. 그때까지만해도 아버지도 어머니가 이렇게 될줄은 모르셨다네요..


병원 응급실 주차장에 내리고 응급실까지 걸어가는 거리 100m

어머니는 힘들다고 아버지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했답니다.

그렇게 손을 잡고 부축해서 걸어가는 도중, 어머니가 쓰러지셨습니다.

아버지는 당황해서 쓰러진 어머니를 업고 가시려고 했으나..

당뇨를 오랫동안 앓아오셨고 투석도 오랫동안 하고 계신 아버지는 그럴 기력이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병원 정문에 있는 휠체어를 가져오셨고, 그 휠체어에 어머니를 태우려해봤지만..

그 조차도 여의치 못했던 것 같습니다.. 휠체어를 가져다 놓고 그때서야 응급실에 들어가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렇게 쓰러지신 어머니가 응급실에 들어가기까지는 5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소생실에 들어가 심폐소생술은 1시간가까이 했지만, 소생되지 않아 의사가

아버지를 조심스럽게 불렀습니다. 

"아버님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아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방금전까지 여기올때까지만 해도 나랑 얘기하면서 왔는데!!"

"죄송합니다.. 하지만 좀 더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20~30분간 더 심폐소생술이 진행되었지만..

끝내 어머니는 일어나지 못하셨습니다..

어머니 사망시각 : 3/10(토) 새벽 3시 47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순간에도 아무것도 모른채 집에서 자고있었습니다.

경황없는 아버지께서 저에게 전화했지만 전 그전화도 자느라 받지 못했죠.

4시가좀 넘은시간 아버지께서 자는 절 깨우셨습니다.

"00아.. 엄마가 죽었어.."


자다 일어나서 들은 얘기가 너무 현실같지 않아서 전 이게 꿈이라고 착각했습니다.

내가 엄마아프다고 생각하고 자서 꿈에서 이런 최악의 상황을 꾸나..?

이건 꿈이겠지.. 꿈일거야.. 이렇게 생각하면서 1분정도 정신을 못차렸던 것 같네요.

곧 정신을 차리고 나오는 눈물을 삼키며 옷을 챙겨입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소생실에 누워계신 어머니를 보자 정말 현실이 아닌 것 같았어요.

어머니 몸이 아직 따뜻해서.. 의사에게 어머니 살아계신거 아니냐고 외쳤어요.


1시간 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때 쯤

사망진단서를 떼라는 간호사분의 말이 있어서 원무과로 갔습니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 이라고 적혀있었구요.


이후에는.. 상주로써 장례식을 치르고..

어머니를 입관시키고.. 발인하고.. 장지에가서 어머니를 보내드리기까지..

상을 치르는 내내 어머니께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내가 엄마랑 함께 응급실에 갔었다면.. 엄마가 쓰러지는 순간 바로 업고 응급실에 들어갔을텐데..

그럼 우리 엄마 살았을텐데.. 아니 내가 그날 조금 일찍들어왔더라면..

어머니가 돌아가시전까지의 저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다 후회되고 죄송했어요. 


외동아들이라고 오냐오냐 저만 챙겨주시던 어머니..

이렇게 못난아들때문에 먼저 가셨네요.

 가슴속 한 부분이 뻥뚫려나간 것 같은 감정이.. 이런 것이라는 걸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사실 이런곳에 이런 글을 쓰는것 조차도 이게 맞는건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더라도 그냥 제 마음이 누군가에게 저희 불쌍한 어머니..

저의 불효막심한 행동들을 고백하고 싶었습니다.


긴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반응형
Posted by Silk Rode
, |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