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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람 이 어 라 Silk R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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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 지금까지 본 영화 중에서 어떤 영화가 가장 기억에 남나요?

- 이제껏 본 영화 중에서 가장 감명깊은 영화가 뭔가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쉽게 답하지 못했다.

정말 좋은 영화가 많아서 우열을 가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동안의 생각 끝에 내가 내놓는 답은 언제나 같았다.


- 굳이 하나만 골라야한다면, 패왕별희를 꼽겠습니다.


 



어릴 때에는 헐리웃 영화가 최고였다.

액션이면 액션, 코메디면 코메디, SF면 SF, 휴먼이면 휴먼.

그야말로 전 장르에 걸쳐 최고의 영화들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미국은 전세계 문화시장을 석권했었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시절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점점 서구적인 것들보다 동양적인 것들로 시야가 옮겨졌고,

중국, 홍콩, 일본, 그리고 우리 영화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이젠 영화의 기술적인 면보다도, 대사와 문화적 정서를 함께 느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까?



그러던 내게 패왕별희는 잔잔하고도 오랜 감동을 준 영화로 기억되어 있다.

 


 

이 영화는,

중국의 대표적인 전통문화 중 하나인 경극을 통해서 중국 역사의 격동기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경극으로 표현되는 중국의 전통 예술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몰락해가는지, 그 예술인들의 몰락.

그리고 그들의 애증과 죽음으로 끝맺는 결말....

우리의 "서편제"가 연상된다.

 


 

진나라말기 유방과 한우가 한판 승부를 벌이던 끝자락,

초패왕(항우)의 사랑과 죽음으로 그 사랑에 화답한 우희(항우의 연인)의 절개를 소재로 한 패왕별희.

경극 "패왕별희"의 두 스타인 "살로"와 "데이"의 동성애적인 우정과 그 사이에 낀 "주산"의 사랑은

중국 역사의 급변만큼이나 파란만장했다.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데이 역의 장국영의 열연은 영화 전체의 느낌을 잘 살려주었다.



특히 영화 속에서 데이는 경극 속 연인인 상대 배우 살로를 실제로도 마음 속 깊히 사랑하였는데,

이루어지 못할 사랑의 괴로움과 피치못할 사정 등으로 데이는 살로가 아닌 다른 이와 동침을 하게 된다.

그럴때면 그는 패왕별희 극 중 상대인 패왕으로 상대를 분장시키고는 (상대 남자가 아닌) 패왕에게 안긴다.

나름의 절개를 지킨셈일른지도...

나름의 위로였을지도...

스스로에게 건 최면이었을지도...

그 애달픔고 애잔하다.



결국 데이는,

경극의 스토리에서 처럼 패왕인 살롯 앞에서 우희로서 자결한다.


데이는 어린시절 그가 스스로 남자이기를 포기할 때부터 살롯과 함께 경극 속에 삶을 묻어버렸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삶이 애달팠고, 사랑이 애달팠고, 예술 혼이 애달팠다.

그리고 그 시절 중국의 백성들이 애달팠다.

그들처럼...


 

전통문화의 쇄락,

더불어 전통문화인들의 쇄락,

그리고 역사의 소용돌이

많은 면에서 이 영화는 우리의 "서편제"를 떠올리지만,

보고 난 이후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것은, 내게는 이 영화 "패왕별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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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lk R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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